
여친이랑 헤어지고 나서 솔직히 한동안 너무 허전했습니다.
누굴 꼬시고 싶다거나, 재밌게 놀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제 얘기 좀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. 주변 친구들한테는 차마 자세하게 말을 못하겠더라고요. 겉으로는 그냥 헤어졌다고만 했지, 실제 이유는 말하기가 좀 그랬습니다. 실은 여자가 바람이 났거든요. 괜히 말 꺼냈다가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싫고, 제 입으로 다시 꺼내는 것도 자존심 상해서 그냥 혼자 삼키고 있었네요.
그러다가 너무 답답해서 유흥업소를 방문하게 됐습니다.
실장님한테도 속사정을 다 말한 건 아니고, 그냥 조용히 대화 잘 들어주고 말 잘 통하는 사람으로 추천해달라고만 했습니다. 솔직히 처음엔 그냥 술이나 한잔하면서 기분만 좀 풀고 오자는 생각이었는데, 막상 앉아서 얘기하다 보니 생각보다 제 얘기를 잘 들어주더라고요.
같은 여자 입장에서 얘기를 해주는데 오히려 그 말이 더 와닿았습니다.
제가 이것저것 속마음을 털어놓으니까 그냥 잘 헤어진 거라고 하더군요. 그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 되게 크게 남았습니다. 괜히 혼자 계속 붙잡고 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. 누가 정답을 알려준 것도 아닌데, 그냥 가만히 들어주고 맞장구쳐주고 담담하게 얘기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더라고요.
나이도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서 그런지 대화가 더 편하게 느껴졌습니다.
억지로 분위기 띄우는 느낌도 아니고, 괜히 과하게 위로하는 것도 아니라서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. 그냥 편하게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보니까 머릿속이 좀 정리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. 혼자 있을 때는 계속 같은 생각만 맴돌았는데, 누군가한테 털어놓고 나니까 왜 그렇게까지 답답했는지 싶을 정도였습니다.
결국 그날 이후로는 그냥 여사친 하나 생긴 느낌입니다.
무슨 다른 감정이 생겼다기보다는, 제가 힘들 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느낌이 더 맞는 것 같아요. 여친 있을 때는 솔직히 유흥이라는 걸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. 굳이 갈 이유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죠. 그런데 막상 이런 일을 겪고 나니까, 꼭 노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마음을 좀 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크게 다가오더라고요.
물론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는 있겠지만, 저처럼 혼자 끙끙 앓고만 있는 분들이라면 가끔은 이런 시간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.
괜히 억지로 괜찮은 척하는 것보다, 속마음 조금이라도 털어놓고 나오는 게 훨씬 낫더라고요.
저는 그날 이후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, 생각도 조금은 정리된 것 같습니다.
참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시기에는 오히려 이런 곳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.